구글이 Antigravity를 IDE와 매니저로 쪼갠 이유
I/O 2026에서 Antigravity 2.0이 공개됐고, 개발자 커뮤니티가 불타올랐습니다. 다만 욕이 나오는 표면적 이유와 구글이 정말로 노린 것은 다른 층위입니다. 분할은 UX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베팅이고, 베팅 자체보다 타이밍이 문제였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Antigravity 2.0을 실행하면 더 이상 IDE가 열리지 않습니다. Agent Manager가 먼저 뜨고, Editor View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공식 권장은 "dual-wield" 입니다. 기존 IDE 아무거나 쓰고 그 위에 Antigravity를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로 얹으라는 것이죠. Manager View는 에이전트 다섯 개를 동시에 돌리는 Linear 보드처럼 작동합니다. 사람의 기본 작업 단위를 "타이핑" 에서 "에이전트 디스패치 후 리뷰" 로 옮기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코드와 터미널을 볼 필요가 없다고 본 게 아니라, 기본값이 더 이상 그곳이 아니라고 본 것에 가깝습니다. 보고 싶으면 옆에 따로 열어두라는 거죠.
방향
이 의사결정은 따로 보면 우연이고, 같이 보면 같은 베팅의 세 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셋 중 두 개가 구글 바깥에서 동시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것입니다.
첫째, 4월 21일 공개된 Google DeepMind의 Deep Research Max는 비동기 다중 소스 리서치 에이전트입니다. 던져두고 결과를 받으러 가는 모델이죠. 둘째, 1월에 올라온 Self-Manager (Parallel Agent Loop for Long-form Deep Research)는 메인 스레드가 격리 컨텍스트의 서브스레드들을 Thread Control Block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제안합니다. Antigravity Manager View가 거의 이 논문의 UI 구현체에 가깝습니다. 셋째, Microsoft Research에서 나온 The Era of Agentic Organization (Learning to Organize with Language Models)은 LLM이 스스로 워크플로를 조직화하는 학습을 다룹니다. 오거나이저가 동적으로 서브쿼리를 분배하고 중간 결과를 머지하는 AsyncThink 프로토콜로, 병렬 사고 대비 추론 지연이 28% 낮아졌다고 보고합니다. 사람이 단계를 짜주는 시대가 끝난다는 전제죠.
세 개를 한 줄로 묶으면 "비동기 병렬 에이전트가 디폴트 인터페이스다" 입니다. 구글만 외롭게 가는 게 아니라 학계와 다른 빅테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거죠. 구글은 그 흐름을 가장 공격적으로 제품에 박았을 뿐입니다.
어쩔 수가 없다
2023년 DeepMind와 Brain이 합쳐진 뒤 Demis Hassabis는 본인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페이스" 로 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알파벳 CEO와 매일 통화하는 구도라고도 알려져 있죠. Gemini 3가 12월에 잠깐 프론티어를 잡았다가 봄에 Anthropic의 Claude Code와 OpenAI의 Codex에게 개발자 도구 내러티브를 다시 빼앗긴 상황이고, 한 방에 패러다임으로 뒤집겠다는 압박이 컸을 겁니다. IDE 점진 개선이 아니라 IDE 자체를 부차적으로 만든다는 도박이 가능했던 배경입니다.
문제는 베팅이 지금 받쳐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첫째, 모델이 안 따라옵니다. Gemini 3.5 Flash가 업데이트 후 "작은 버그도 못 고치고 사실상 useless" 라는 리포트가 4월 구글 AI 포럼에 쌓였습니다. fire-and-forget의 전제는 에이전트가 봐도 되는 수준의 안정성인데, 오히려 회귀한 상태죠.
둘째, 마이그레이션이 엉망이었습니다. 자동 업데이트 후 terminal, source control, sidebar가 사라지고, AppData가 Roaming\Antigravity 와 Roaming\Antigravity IDE 로 갈라지고, CDN 404가 떴습니다. 후속 CLI인 agy는 패키지 매니저에 아직 올라오지도 않았습니다. "에이전트 시대 왔다" 보다 "내 IDE 망가졌다" 가 먼저 도착하면 메시지가 죽습니다.
기존 VS Code 익스텐션 호환성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Antigravity는 처음부터 Microsoft가 운영하는 VS Code Marketplace가 아닌 OpenVSX 레지스트리를 쓰기 때문에 인기 익스텐션 상당수가 검색조차 안 됐는데, 2.0에서는 그 위에 IDE와 Agent를 함께 설치하면 작동을 멈추고, IDE만 설치하면 기존 설정과 익스텐션이 사라지는 사고까지 겹쳤습니다. VS Code Marketplace URL을 직접 끼워 넣으면 "Failed to fetch" 가 뜨고, C# Dev Kit처럼 라이선스로 막힌 익스텐션은 아예 못 씁니다. VS Code 포크라는 익숙함을 마케팅하면서 정작 익숙한 환경은 못 가져오게 만든 셈이죠.
셋째, 가격으로 비전을 강제했습니다. 200달러 Ultra 티어로 Manager View를 풀로 굴리게 만들어놓고 Gemini CLI는 6월 18일에 셧다운합니다. 선택권 없이 비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형태죠.
마무리
구글이 방향을 잘못 본 건 아닙니다. 비동기 에이전트가 디폴트 인터페이스가 되는 미래는 아마 옵니다. 다만 그 미래가 준비됐다고 지금 선언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모델 안정성, 마이그레이션 엔지니어링, 가격 정책 셋 다 베팅을 뒷받침 못 하는데 베팅만 6개월에서 12개월 먼저 던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내러티브를 한 방에 회수하려는 조직적 절박함이 제품 준비도보다 앞섰다는 게, 지금 구글이 "이상하다" 고 느껴지는 이유의 핵심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