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와 공간 컨텍스트
World Labs가 9월 1일 새 월드 모델 아틀라스(Atlas)를 공개했습니다. 사진 몇 장을 넣으면 1440p 해상도로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만들고, 같은 장면을 포인트 클라우드나 3D 가우시안 스플랫으로도 내놓습니다. 2025년 11월 상용화한 Marble의 후속 엔진이고, 앞으로 Marble도 이 모델 위에서 돌아갑니다.
숫자만 보면 영상 생성 모델 하나가 더 나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키텍처 설명을 읽으면 이 회사가 무엇을 포기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공간 컨텍스트
아틀라스는 텍스트, 이미지, 카메라 포즈, 3D 뎁스 맵을 처음부터 함께 학습한 모델입니다. 영상은 이미지의 나열로 다룹니다. 구조는 멀티모달 자기회귀 디퓨전 트랜스포머입니다. LLM처럼 시퀀스를 하나씩 이어 붙이되, 각 원소를 만들 때는 디퓨전으로 노이즈를 걷어냅니다. 정확히는 rectified flow입니다.
핵심은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갑니다. 모든 이미지와 뎁스 맵이 명시적인 카메라 포즈에 묶여 있습니다. LLM이 토큰을 문맥에 쌓아두듯, 아틀라스는 이미지를 3차원 좌표에 박아둡니다. 회사는 이걸 공간 컨텍스트(spatial context)라고 부릅니다.
컨텍스트가 공간에 놓여 있으면 할 수 있는 조작이 달라집니다. 서로 아무 상관 없는 사진 두 장을 컨텍스트의 왼쪽과 오른쪽에 배치하면, 모델이 그 사이를 이어붙입니다. 문간과 복도와 구석을 상상해서 두 장면을 연결하는 식입니다. 프롬프트로 "자연스럽게 이어줘"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좌표를 지정하는 겁니다.
카메라는 지시문이 아니다
기존 영상 모델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려면 프롬프트에 적어야 합니다. "카메라가 왼쪽으로 팬하며 크레인 업" 같은 식이죠. 이건 요청이지 명령이 아닙니다. 모델이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결과물을 봐야 압니다.
아틀라스는 카메라 궤적 자체를 입력 타입으로 받습니다. 텍스트를 거치지 않습니다. 회사가 쓴 표현이 이 설계를 잘 요약합니다.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는 게 아니라 장면을 연출하는 겁니다.
이 문장은 마케팅이 아니라 노선 선언에 가깝습니다. 슬롯머신이란 프롬프트를 넣고 뽑기를 반복하는 지금의 영상 생성 워크플로를 말하고, 연출이란 카메라 경로를 손으로 설계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그런데 손으로 설계한다는 건 미리 정해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Genie와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Genie 3는 720p 24fps 실시간을 내걸었습니다. 사용자가 방향키를 누르면 그 다음 프레임이 그때 생성됩니다. 아틀라스 발표문에는 fps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디퓨전 스텝 수를 조절해 속도와 품질을 맞바꿀 수 있다는 언급이 전부입니다. 자기회귀 디퓨전은 원래 느립니다.
즉 두 모델은 같은 트랙에 있지 않습니다. Genie는 들어가서 걸어다니는 세계를, 아틀라스는 정확한 카메라로 찍어내는 세계를 만듭니다. 그리는 쪽 안에서 다시 갈라진 셈입니다.
재구성 숫자를 데이터셋별로 보면
발표에서 가장 강한 주장은 재구성 쪽입니다. 이미지 몇 장과 카메라 포즈를 주면 픽셀마다 3D 점을 예측하는 과제인데, 여기 특화된 오픈소스 모델들을 범용 모델이 이겼다고 말합니다. 지표는 평균 절대 상대 포인트맵 오차(AbsRel ×10⁻³)이고 낮을수록 좋습니다.
데이터셋 |
Atlas |
Pi3X (posed) |
π³ |
VGGT-Ω 1B |
|---|---|---|---|---|
평균 |
25.3 |
28.7 |
34.7 |
36.4 |
DTU |
8.6 |
11.1 |
16.2 |
9.7 |
ETH3D |
9.3 |
18.7 |
25.4 |
11.4 |
NRGBD |
6.5 |
13.3 |
17.5 |
10.5 |
ScanNet |
12.4 |
15.7 |
17.4 |
36.6 |
7-Scenes |
37.8 |
39.3 |
44.4 |
45.2 |
KITTI |
60.0 |
60.2 |
74.8 |
101.4 |
T&T |
42.4 |
42.4 |
47.0 |
40.2 |
평균 25.3 대 28.7이면 12%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 격차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줄별로 봐야 보입니다.
ETH3D에서 두 배, NRGBD에서 두 배 차이가 납니다. 반면 KITTI는 60.0 대 60.2로 사실상 동률이고, Tanks and Temples에서는 VGGT-Ω가 아틀라스보다 낫습니다. 7-Scenes도 37.8 대 39.3으로 오차 범위에 가깝습니다.
강한 쪽과 약한 쪽에 규칙이 있습니다. ETH3D, NRGBD, ScanNet, 7-Scenes는 실내 정적 장면입니다. KITTI는 주행 영상이고 T&T는 대규모 야외입니다. 아틀라스가 앞서는 구간은 실내이고, 야외에서는 특화 모델과 비슷합니다.
이게 나쁜 소식만은 아닙니다. 회사가 내건 용도가 정확히 실내거든요. 휴대폰으로 찍은 24프레임짜리 영상에서 공간을 복원하고 그 안에서 로봇 내비게이션을 시뮬레이션하는 데모, 물체를 집고 놓는 조작 시뮬레이션 데모 전부 실내입니다. 벤치마크의 강점 분포와 제품 방향이 맞아떨어집니다. 다만 그렇다면 "어떤 세계든 만든다"는 문장의 범위는 지금으로선 좁혀 읽는 게 맞습니다.
로보틱스가 목적지
7월 21일 월드랩스는 SceniX를 인수했습니다. 컬럼비아 교수인 리윈주와 정창시가 만든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회사이고, real-to-sim 격차를 줄이는 하이브리드 시뮬레이터를 만들던 곳입니다. 창업자 둘 다 월드랩스에 합류했습니다.
아틀라스의 로보틱스 데모는 이 인수의 첫 결과물로 읽힙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의 모델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점입니다. 공간을 3D로 복원하는 일과, 그 공간을 로봇 카메라 시점에서 RGB와 뎁스로 렌더링하는 일입니다. 보통은 재구성 모델과 렌더러가 따로인데, 아틀라스는 세계와 로봇의 시야를 같은 모델에서 뽑습니다.
영상 재프레이밍 데모도 같은 능력의 다른 얼굴입니다. 카메라 서너 대로 찍은 평범한 영상에서 시간을 멈추고 각도를 바꾸는, 이른바 불릿 타임을 만듭니다. 삼각대와 클램프에 물린 휴대폰 몇 대가 촬영 장비의 전부였다고 밝혀뒀습니다.
안 밝힌 것들
발표와 함께 나오지 않은 게 꽤 많습니다. 논문도, arXiv 등록도, 모델 카드도, 코드도 없습니다. 파라미터 수와 학습 컴퓨트도 공개하지 않았고, 학습 데이터는 "크고 다양한 멀티모달 코퍼스"가 설명의 전부입니다. 가격과 정식 출시 일정, 얼리 액세스 파트너 이름도 없습니다.
평가 조건에도 짚을 곳이 있습니다. 카메라 제어 비교에서 아틀라스는 네이티브 카메라 궤적을 받았고, 경쟁 모델들은 같은 움직임을 텍스트로 설명받았습니다. 결과는 아틀라스 선호도 75%(MiniMax H3)에서 94%(Seedance 2.5) 사이입니다. 발표문 자신도 "더 정교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일부 모델의 카메라 추종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적어뒀습니다.
이 조건은 결함이라기보다 주장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텍스트로 카메라를 지시하는 방식이 애초에 안 된다는 게 이 회사의 출발점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읽으면 저 수치가 재는 대상이 바뀝니다. "아틀라스가 더 좋은 모델"이 아니라 "카메라 입력이 텍스트 입력보다 낫다"를 잰 겁니다. 둘은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재구성 쪽 베이스라인은 월드랩스가 전부 직접 재현했습니다. 공정한 프로토콜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평가 코드도 데이터 분할도 모델 출력도 공개되지 않았고 독립 재현은 아직 없습니다. 비교 대상 중 VGGT-Ω 1B에는 8월 18일자 오염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Meta AI와 옥스퍼드 VGG가 벤치마크 오염으로 결과가 부풀려졌을 수 있으니 조사 종료 전까지 인용을 피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아틀라스 발표는 그로부터 14일 뒤에 나왔고, 어느 체크포인트를 썼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남는 이야기
월드 모델의 계보를 쓰면서 이 분야의 제일 큰 병목이 측정이라고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영상 품질 점수는 그림이 예쁜지는 잡아내지만 그 세계가 세계로 작동하는지는 못 잡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틀라스는 그 지적의 표본 같은 사례입니다. 결과물은 뚜렷하게 좋아 보이는데, 좋아진 만큼을 재는 방법은 자가 측정 두 종류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확인 가능한 건 설계 쪽입니다. 카메라를 텍스트에서 빼내 별도 입력으로 만든 것, 이미지를 3차원 좌표에 고정해 컨텍스트를 쌓은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실시간 상호작용을 포기한 것. 세 가지는 서로 붙어 있는 선택입니다. 정확한 제어를 원하면 미리 설계해야 하고, 미리 설계하면 실시간일 이유가 없습니다.
페이-페이 리가 ImageNet 이후로 계속 말해온 공간 지능이 결국 어디로 가는지도 여기서 조금 드러납니다. 화면 안에서 노는 세계가 아니라 로봇이 훈련받을 세계입니다. 그 목적에서는 24fps보다 기하학적 정확도가 먼저입니다. 다만 훈련 데이터를 대량으로 찍어내려면 결국 속도가 문제가 되는데, 1분짜리 1440p 영상 한 편에 얼마나 걸리는지는 아직 아무 데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참고: Atlas: A World Model for Spatial Intelligence (World Labs), World Labs Atlas Launch Withholds Paper, Price and Partners (implicator.ai), Fei-Fei Li's World Labs debuts Atlas (SiliconANGLE), World Labs Acquires Scen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