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이달의 인물 - Jinyang Wu, Zongxia Li, Kaiming He

🏷️ 잡담 Headliner

7월 논문들을 쭉 훑고 나니 공통점 하나가 눈에 걸립니다. 이 달에 화제가 된 연구 중 상당수가 무언가를 더 붓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늘리지도, 파라미터를 키우지도, 보상 함수를 새로 설계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데 버려지던 신호를 다시 주워 담았습니다.

에이전트가 끝낸 궤적, 채점표가 0으로 뭉개버린 중간 진행률, 비디오 생성 모델이 그림을 그리려고 어쩔 수 없이 배워버린 3차원 구조. 셋 다 원래 거기 있었지만 아무도 회수하지 않던 것들입니다. 7월에는 서로 다른 세 그룹이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했습니다.


Jinyang Wu

Jinyang Wu는 청화대학교 자동화학과 박사과정 3년차입니다. 에이전틱 강화학습 한 분야만 파고 있고, 그 안에서도 온폴리시 증류(on-policy distillation)라는 좁은 골목을 몇 달째 반복해서 두드리고 있습니다. 6월에 OPID와 TACO, Orchestra-o1을 냈고, 7월에는 SEED를 프로젝트 리드로, 그리고 에이전틱 검색 쪽 MAPD(arXiv:2607.24280)를 공저자로 냈습니다.

SEED - Self-Evolving On-Policy Distillation for Agentic Reinforcement Learning

에이전트 강화학습의 오래된 골칫거리부터 짚겠습니다. GRPO 같은 결과 기반 방식은 에피소드가 끝나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숫자 하나를 줍니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는 수십 단계짜리입니다. 40단계에서 잘못 판단한 것과 3단계에서 잘못 판단한 것이 똑같이 0점으로 뭉쳐집니다. 어드밴티지는 모든 토큰에 균일하게 발라집니다. 어느 결정이 문제였는지 모델은 끝내 알 수 없습니다.

보완책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스킬 프롬프트를 추론 시점에 끼워 넣는 방식인데, 배포할 때마다 그 컨텍스트를 들고 다녀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외부 교사 모델에서 증류하는 방식인데, 정책이 학습되면서 새로 생기는 실패 패턴을 교사가 따라잡지 못합니다. 교사는 어제의 실수를 고쳐줄 뿐 오늘 막 생긴 실수는 모릅니다.

SEED가 뒤집은 지점은 여기입니다. 에피소드가 끝나면 전체 기록이 남습니다. 사람이 그렇듯 돌이켜 보면 어디서 어긋났는지 보입니다. 이 사후 지식을 정책 모델 자신이 뽑아내게 만들면 외부 교사가 필요 없어집니다. 구체적으로는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두 역할을 번갈아 맡습니다. 환경과 상호작용해 궤적을 만드는 액터, 그리고 방금 만든 그 궤적을 읽고 재사용 가능한 전략이나 실패 교정 지침을 뽑아내는 분석기입니다.

추출된 스킬은 그대로 프롬프트에 남지 않습니다. 샘플링된 행동을 두 번 재채점하는 데 쓰입니다. 스킬이 삽입된 컨텍스트에서 한 번(교사 분기), 원래 상호작용 이력만 있는 컨텍스트에서 한 번(학생 분기). 두 로그 확률의 차이가 곧 그 스킬이 해당 토큰을 얼마나 지지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 됩니다. 시그모이드 게이트로 가중치를 만들어 GRPO 손실에 더합니다. 트래젝토리 하나에만 붙던 감독 신호가 토큰 단위로 흩뿌려집니다.

정책이 업데이트되면 다음 이터레이션에서 분석기 스냅샷도 함께 갱신됩니다. 행동과 분석이 같은 속도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추론 시점에는 분석기를 떼어냅니다. 스킬 뱅크도, 검색 모듈도, 추가 프롬프트도 남지 않습니다.

숫자로 보면 Qwen2.5-3B-Instruct 기준 ALFWorld 평균이 GRPO의 75.0%에서 91.8%로, WebShop 성공률이 63.3%에서 78.9%로 올랐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Qwen3-1.7B에서의 +45.9점입니다. 작은 모델일수록 개선폭이 큽니다. 희소 보상만으로는 학습이 안 되던 크기에서 밀집 감독이 제일 크게 먹혔다는 뜻입니다. 훈련 데이터 60%로 GRPO의 100% 성능을 넘긴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궤적 하나에서 뽑아내는 정보량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선정 이유

한 사람이 몇 달에 걸쳐 같은 질문을 조금씩 다르게 물어보는 걸 보는 건 드문 일입니다. SPARK, SDAR, OPID, SEED로 이어지는 계보는 매번 "외부에서 가져오던 것을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한 칸씩 밀어붙입니다. OPID는 스킬 라이브러리를 없앴고, SEED는 남아 있던 외부 분석기까지 없앴습니다. 6월 OPID에서 정적인 스킬 소스가 한계라고 스스로 적어둔 문장을, 7월에 자기 손으로 지운 셈입니다.

한 달에 두 편이라는 숫자보다 이 방향의 일관성이 더 인상적입니다. 유행을 따라 주제를 갈아타는 대신 같은 골목을 계속 파고 있고, 파는 깊이가 매달 눈에 보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Zongxia Li

Zongxia Li는 메릴랜드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이면서 Tencent HY LLM Frontier 소속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평가가 주 전공입니다. 7월에는 LHTB에 공동 1저자로, Harness Handbook(arXiv:2607.13285)에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

Long-Horizon-Terminal-Bench - Testing the Limits of Agents on Long-Horizon Terminal Tasks with Dense Reward-Based Grading

Terminal-Bench나 SWE-Bench 계열 벤치마크는 대체로 수 분 안에 끝나는 태스크를 다룹니다. 채점도 최종 상태 하나만 봅니다. 여기서 정보가 크게 샙니다. 90%까지 만들어놓고 마지막 숨은 검증에서 떨어진 에이전트와, 첫 명령부터 헤매다 아무것도 못 한 에이전트가 같은 0점을 받습니다. 이 채점 구조 아래에서는 에이전트가 정확히 어디서 무너지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LHTB는 두 축을 동시에 늘립니다. 태스크 길이를 실제 전문가 워크플로우 수준으로 올리고, 채점을 서브태스크 단위 밀집 보상으로 바꿉니다. 46개 태스크의 평균 롤아웃은 239회 상호작용, 88.9분, 9.8M 토큰입니다. 논문 실험 재현, 로봇공학 SLAM 파이프라인 수리, 기후 NetCDF 극단 기상 이벤트 감사, 위성 홍수 변화 감지 같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채점 설계가 이 벤치마크의 핵심입니다. 각 태스크를 의미 있는 중간 목표들로 쪼개고 서브태스크마다 정규화 점수를 매겨 가중 평균을 냅니다. 서브태스크는 세 종류입니다. 단위 테스트 통과 여부 같은 이진 조건, 수치 목표에 대해 오차가 커질수록 0으로 수렴하는 연속 점수, 그리고 캠페인 형태 태스크에서 에피소드 전체를 집계하는 항목입니다. 거의 맞춘 답에 부분 점수를 주기 위한 설계입니다.

동시에 부분 점수를 노린 꼼수를 막아야 합니다. 여기서 숨겨진 스트레스 테스트가 들어옵니다. 공개 검사는 CLI 동작이나 파일 형식 같은 표면만 확인하고 가중치도 낮습니다. 보상의 대부분은 동적으로 생성되는 숨은 케이스에서 나옵니다. 중첩 매니페스트, gzip과 base64로 감싼 입력, 이름이 바뀐 필드, 회전되거나 잘린 이미지 같은 변형입니다. 공개 케이스만 하드코딩해서는 점수가 오르지 않습니다.

결과 표는 꽤 냉정합니다. 17개 프런티어 모델을 붙였는데 완전 통과(R≥1.0) 기준으로 10개 모델이 0점입니다. 1위 Grok 4.5가 19.6%, 평균 보상 0.51입니다. 2위 GPT-5.6-sol이 8.7%로 뚝 떨어집니다. 짧은 벤치마크에서 서로 소수점을 다투던 모델들이 시간 축을 늘리자 확연히 갈라집니다.

선정 이유

평가 논문은 보통 화제성이 낮습니다. 새 모델도 새 기법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달 LHTB가 눈에 띈 건 위 SEED가 푸는 문제와 정확히 같은 지점을 반대편에서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SEED는 이진 보상이 버리는 정보를 훈련 쪽에서 복원하고, LHTB는 그 버려진 정보를 평가 쪽에서 복원합니다. 둘 다 "숫자 하나로 뭉개는 관행"을 문제 삼습니다.

같은 달 Harness Handbook에서 하네스 코드의 어느 지점이 어떤 행동을 만드는지 문서로 매핑한 것도 결이 같습니다. 에이전트를 블랙박스 점수로 다루지 말고 안을 열어 보자는 쪽입니다.


Kaiming He

Kaiming He는 소개가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ResNet, Faster R-CNN, MoCo, MAE. MIT EECS 부교수이자 Google DeepMind Distinguished Scientist입니다. 7월에는 Video Generation Models are General-Purpose Vision Learners에 시니어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1저자는 토론토대 박사과정생 Letian Wang이고, Joao Carreira와 교신저자 Cristian Sminchisescu가 함께했습니다. Sminchisescu는 Carreira의 박사 지도교수이기도 합니다.

Video Generation Models are General-Purpose Vision Learners

NLP는 이미 오래 전에 넘어갔습니다. 번역기와 요약기와 분류기가 따로 있던 시대에서, 다음 토큰 예측 하나로 전부를 감당하는 시대로. 비전은 아직 못 넘어갔습니다. 깊이는 DepthAnything, 분할은 SAM. 각자 백본도 헤드도 손실 함수도 다릅니다.

저자들의 주장은 범용 비전 사전학습의 조건을 이미 충족한 물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규모 텍스트-투-비디오 생성 모델입니다. 그럴듯한 비디오를 만들어내려면 3차원 기하와 물체 영속성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어느 정도 내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텍스트 조건화가 붙어 있으니 언어 정렬도 딸려 옵니다. 상업적 가치가 커서 스케일업도 이미 끝나 있습니다. 인식용으로 새로 학습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구현이 재미있습니다. 원래 WAN 2.1은 가우시안 노이즈에서 출발해 50번 반복 디노이징을 거칩니다. GenCeption은 이걸 단일 순방향 패스로 접습니다. 입력 비디오의 클린 잠재를 그대로 DiT에 넣고 조건 타임스텝을 0으로 고정합니다. WAN은 Rectified Flow 목표로 학습돼 속도 \(v = \epsilon - x_0\)를 예측하므로, \(t = 0\)에서 출력 부호를 뒤집으면 \(-v = x_0 - \epsilon\)이 되어 클린 잠재와 정렬됩니다. 부호 반전 하나가 수렴 속도와 성능을 함께 끌어올렸다고 저자들은 적었습니다.

과제별 특수 손실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밀집 과제(깊이, 법선, 분할, DensePose, 레이맵)를 전부 3채널 RGB 공간으로 통일하고 \(L^2\) 손실 하나만 씁니다. 과제마다 다른 처리는 손실 설계가 아니라 데이터 표현 설계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입니다. 깊이의 스케일 모호성은 씬 중앙값으로 정규화한 뒤 \(d' = \text{clip}(\alpha \log(d + 1), 0, 1)\) 매핑으로 흡수하고, 6채널 카메라 레이맵은 프레임 중앙에 회전 성분, 주변부에 이동 성분을 배치하는 공간 분할로 3채널에 압축합니다.

학습 데이터는 합성 7,500개입니다. RenderPeople 에셋 800개와 CMU 모션 캡처 200가지 모션을 조합했습니다. 그런데도 전문 모델에 준하는 성능이 나옵니다. 사전학습이 이미 대부분을 해뒀기 때문입니다.

선정 이유

이 논문의 위치가 특이합니다. 요즘 비디오 생성 모델을 두고 세계 모델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연구는 그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훨씬 검증 가능한 형태로 바꿔 묻습니다. 생성용으로 학습된 표현을 인식 과제에 그대로 꽂았을 때 실제로 쓸 만한가. 답이 나오는 질문으로 바꾼 것입니다.

He의 커리어를 놓고 보면 이것도 되풀이되는 동작입니다. MAE는 마스킹한 픽셀을 복원하는 생성적 목표에서 인식용 표현을 뽑아냈습니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이미지에서 비디오로, 그리고 자체 학습에서 남이 이미 스케일업해둔 상용 백본으로 옮겨갔습니다. 밑에 깔린 확신은 같습니다. 잘 만들려면 잘 봐야 하고, 그래서 잘 만드는 법을 배운 모델은 이미 보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

이 달에 뽑은 세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분야도 다릅니다. 그런데 하는 일이 묘하게 겹칩니다. Jinyang Wu는 끝나버린 궤적에서 감독 신호를 회수했고, Zongxia Li는 채점표가 0으로 뭉갠 부분 진행률을 회수했고, Kaiming He는 그림을 그리려다 어쩔 수 없이 배워버린 시각 지식을 회수했습니다. 셋 다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다시 꺼냈습니다. 스케일을 계속 키우기 어려워지는 국면에서 연구자들이 어디를 뒤지기 시작했는지 보여주는 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