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urish - 뇌를 역설계해 AI 전력 위기를 푸는 스타트업
2026년 6월 초, Flourish라는 스타트업이 5억 달러를 모았습니다. 밸류에이션은 25억 달러, 투자자 명단에 제프 베이조스와 GV(알파벳), Lux Capital, Catalio가 올라 있습니다. 하는 일이 독특합니다. 더 큰 모델을 쌓는 대신, 실제 뇌를 역설계해 그 핵심 알고리즘을 찾겠다고 합니다. 목표 전력은 20에서 50와트, 노트북 한 대 수준입니다.
왜 스케일링의 끝에서 다시 뇌 모방인가
오늘날 AI 산업의 전력 수요는 폭발적입니다. 대형 언어모델 하나를 학습하는 데 수십만 kWh가 들어가고, 추론 단계에서도 데이터센터가 밤새 돌아갑니다. 미국 전역의 전력망 설계자들은 AI 인프라를 새로운 알 수 없는 변수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링 법칙은 분명히 작동했습니다. 파라미터를 늘리고 데이터를 늘리면 성능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같은 성능 향상을 이전보다 더 많은 컴퓨트로 얻어야 한다면, 전력 문제는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됩니다.
이 맥락에서 뇌 모방 접근이 다시 주목받습니다. 인간의 뇌는 약 860억 개 뉴런을 동원해 20와트 안에서 돌아갑니다. 시각 인식, 언어 이해, 계획 수립을 동시에 처리하면서도요. 현재의 GPU 클러스터와 비교하면 효율 차이가 수백만 배에 달합니다.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알고리즘이 돌고 있다는 뜻입니다.
커넥토믹스 접근은 기존 인공신경망과 무엇이 다른가
Flourish의 접근은 커넥토믹스(connectomics)입니다. 뇌 속 뉴런들의 연결 구조를 나노미터 단위로 3D 매핑하는 분야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이 분야는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2023년에는 초파리 뇌의 완전한 커넥톰이 완성됐고, 마우스 뇌의 일부도 매핑이 이뤄졌습니다. 수백만 개 뉴런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패턴으로 신호를 주고받는지가 처음으로 데이터로 남기 시작했습니다.
Flourish의 주장은 이 연결 구조 안에 트랜스포머가 발견하지 못한 근본적인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인공 신경망은 생물학에서 아이디어를 빌렸지만, 설계 원칙은 생물 뇌와 전혀 다릅니다. 어텐션 메커니즘, 행렬 곱셈, 소프트맥스 정규화 — 이것들은 뇌가 하는 일을 수학적으로 흉내 낸 게 아니라, 특정 계산 하드웨어에서 잘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Flourish는 커넥토믹스 데이터에서 뇌의 실제 계산 원리를 역설계해, 트랜스포머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은 아키텍처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결과물의 이름은 Cortex AI입니다. 실리콘 칩이 아니라 아키텍처 레이어에서 경쟁하겠다는 포지셔닝입니다.
20~50와트라는 목표는 현실적인가
솔직히 말하면, 이건 매우 야심찬 목표입니다.
인간 뇌 자체가 약 20와트입니다. Flourish의 목표 범위 하단이 뇌와 같다는 건, 인간의 인지 능력을 그 전력으로 구현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AI 추론을, 지금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낮은 전력으로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비교 대상은 인간 뇌가 아니라, GPT 규모 모델을 돌리는 데이터센터 랙입니다.
현재 대형 추론 요청 하나는 초단위 연산에도 수십 와트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 단위로 집계하면 한 곳의 소비 전력이 수백 MW에 이릅니다. 20~50와트라는 목표가 스케일 당 추론 효율을 뜻하는지, 엣지 디바이스 수준의 단일 모델 실행을 뜻하는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Flourish도 구체적인 기술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방향성 자체는 시장에서 읽히고 있습니다. 5억 달러의 투자는 단순한 방향 베팅이 아닙니다. GV와 Lux Capital 같은 딥테크 VC들이 커넥토믹스에 이 규모로 들어왔다는 건, 내부적으로 기술 타당성을 어느 정도 검토했다는 신호입니다.
창업자 이력이 주는 맥락
Thomas Reardon은 1990년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입니다. 그 이후 신경공학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CTRL-labs를 창업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했고, 2019년 Meta(당시 페이스북)에 최대 10억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Meta Neural Band 프로젝트로 이어진 기술입니다.
Reardon의 이력은 Flourish의 접근과 잘 맞습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거쳐 신경과학의 계산 원리로 관심이 이어진 사람입니다. 커넥토믹스를 AI 아키텍처에 적용하려는 아이디어가 순수한 AI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신경공학의 현장에서 나왔다는 게 그나마 현실 감각이 있는 이유입니다.
공동창업자 Rob Williams는 Amazon S-team 출신입니다. S-team은 베이조스가 직접 챙기던 아마존 임원단입니다. 투자자 명단에 베이조스가 개인 자격으로 들어온 것, 그리고 Williams의 Amazon 이력을 보면, 이 팀이 기술뿐 아니라 인프라 스케일 이해와 투자자 네트워크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 생각
이 베팅이 성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커넥토믹스는 지금 단계에서는 주로 뇌 회로의 해부학적 지도를 만드는 분야입니다. 그 지도에서 AI가 쓸 수 있는 알고리즘적 원리를 추출하는 것은, 지도가 나왔다고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지도와 원리 사이의 거리를 Flourish가 어떻게 건너는지가 핵심인데, 그 부분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5억 달러가 모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케일링에 계속 베팅하는 집단이 대부분인 시장에서, 근본 아키텍처가 틀렸을 수 있다는 주장에 진지하게 자본을 얹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전력 위기는 분명히 현실입니다. 그 위기가 심해질수록, 20와트짜리 해법을 찾는 시도의 가치는 높아집니다.